카카오톡 멀티 프로필 역기획

• 들어가며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멀티 프로필 역기획을 하면서, 실제 멀티 프로필을 기획하신 카카오 PM분을 건너 건너 알고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멀티 프로필팀 TF으로 가시기 전 내가 속해있었던 팀의 구성원이셔서 아지트에서 많이 뵜고 자료 참고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또한 배포 일주일 하루 전 직원들 대상으로 CBT를 했던 공지가 기억난다. 신기해서 바로 사용해봤는데, 그때는 카카오 크루끼리만 멀티 프로필 적용이 가능했다.

여하튼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은 정말 좋은 기능이지만 양면성을 갖고있다.
그 양면성에 대해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을 고객 가치와 어뷰징, 양쪽 측면에서 정리해보았다.

1) 고객 가치
사용자들은 단 하나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가지는게 아니라 '부캐'도 가질 수 있다. 그 부캐는 3개까지 추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특정한 나의 일부 프로필만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내 프로필이 달리 보이게 할 수 있다. 카카오톡 프로필은 단순히 채팅 하는 사용자들의 프로필 이미지를 넘어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서 자신만이 개인 페이지를 갖는 SNS 성격을 두드러지게 한다.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처럼 하나의 '계정'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카카오톡 하나의 계정 안에서 그 계정의 장점을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 있겠다.

2) 어뷰징
대표적인 멀티 프로필로 인한 어뷰징은 범죄의 위험성이다. 실제로 익명을 기반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불법 주식 투기, 기미돌 같은 불륜 행위 등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고 가족 카카오톡 계정을 해킹해 각종 피싱 사기 등의 범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 계정으로 카카오톡 계정을 생성해서 범죄를 일으키면 범인을 잡기 쉽지 않다. 멀티 프로필 기능이 생긴다면 이러한 범죄뿐 아니라 더 다양한 범죄들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꿔서 다양한 멀티 프로필로 타인을 사칭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범죄가 카카오톡 때문에 발생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결제 서비스 등 여러 서비스가 붙어있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범죄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카카오톡은 보안 측면에서 더욱 노력해야할 것이고 이러한 범죄와 어뷰징으로부터 사용자들을 지켜낼 수 있는 시스템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개발해야한다.

•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 TF팀의 기획자라면 어떻게 멀티 프로필을 기획할지 역기획 하고자 한다.

2021년 1분기 내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이라는 신규 프로덕트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2020년 9월로 돌아갔다고 가정하고 기획했다. 멀티 프로필 기능은 카카오톡 서비스에서 2021년의 가장 큰 프로덕트 릴리즈이므로 워터폴(Waterfall) 개발 프로세스로 개발하기로 했다.

 

멀티 프로필 기능이 있기 전의 카카오톡 화면을 피그마로 그려보았다. (작년에는 쇼핑하기 하단 GNB도 없었지만.. 멀티 프로필 기능만 집중하기로 한다) 카카오톡 친구탭 화면은 크게 '상하단 GNB 영역, 내 프로필 영역, 친구(+채널) 영역' 이 3 영역으로 나누어 보았다.

원래는 멜론 뮤직 프로필 영역에 상태 메세지가 있었고, 멜론 뮤직 프로필 기능이 들어오면서 상태 메세지는 이름 밑으로 위치가 바뀌었다. 카카오톡 기획자도 아마 '내 프로필 영역'에 멀티 프로필을 넣고 싶었어도 현재 상태로 볼 때 적당한 위치가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갑'에서 본인 확인을 거쳐야 멀티 프로필을 설정 가능한 것은 보안적인 측면을 강화하고 어뷰징을 줄이기 위해 카카오에서 넣은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1. 멀티 프로필을 역기획 하기 전, 고려해야할 요소를 정리해보았다.

1) 카카오톡 프로필 기존의 UX/UI 장점 유지
→ 기존의 장점과 flow는 유지하되 UX/UI 변동으로 사용자의 혼란 방지

2)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서비스의 특성
→ 유니버셜 디자인 설계 고려

3) 지갑에서 본인 확인 인증을 거쳐야하는 프로세스
→ 기본 프로필에서 지갑 배지 노출 (내 프로필 > 설정 > 고급설정 > 인증 배지 on/off 가능)

4) 인스타 또는 FLO 처럼 계정이 여러개 만들어지는 개념이 아니라, 특정 대화상대에게 보여지는 프로필이 달라지는 것임을 유념해야함
→ 한 계정 내에서 친구별로 다른 프로필이 보여진다는 점을 고려

5) 다른 카카오 서비스와 연결성 (멜론, 카카오 스토리, 카카오 페이 등)
→ 카카오 프로필은 다양한 기능의 집합체 임을 고려

6) 너무 많은 멀티 프로필을 만들게 되면 관리가 불편하고 도용 등 어뷰징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에 멀티프로필은 최대 3개 까지 추가 할 수 있음 (가설)
→ 하지만 추후에 3개 이상으로 설정 가능할 수 있도록 변경될 있기 때문에 확장성 고려

 

2. 기존의 UX/UI 히스토리를 참고해서 기획하고자 한다.

'카카오톡 프로필' 히스토리

카카오톡은 이전에 '카카오 치즈'로 프로필 꾸미는 앱을 별도로 두었다가 치즈가 반응이 좋지 않아 카카오톡 프로필 꾸미기 기능으로 흡수됬다. 하지만 치즈가 카카오 프로필 꾸미기 기능으로 흡수되면서 프로필 편집 과정이 조금 불편하게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꾸밀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기능 버튼과의 구분이 비교적 덜 명확해졌고, 특히 배경화면을 바꿀 수 있는 버튼이 좌측 하단에 위치해 배경화면을 바꾼다는 affordance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UX 설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확장성을 넓히기 위한 선택, 임시 방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각각 개편 이전, 현재 내 프로필 관리 화면이다.

2019.06 개편 이전 카카오톡 내 프로필(좌) 및 내 프로필 관리(우) 화면

 

2020.07 현재 카카오톡 내 프로필(좌) 및 내 프로필 수정(우) 화면

 

3. 새로 제안하는 멀티프로필 UX/UI 화면

1) 각 단계별 특성 고려

위에서 카카오톡 프로필 히스토리를 다뤘던 이유는 카카오톡 프로필 depth에서 멀티프로필을 설정할 수는 없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고 고민 끝에 해당 depth 에서는 멀티프로필을 설정하는 depth에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했던 고려사항 4번에서 보면,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에서 멀티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카카오톡 계정' 단위로의 변환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의 특성상 그러한 '계정'단위의 기능이기 때문에, 이 depth에서 멀티프로필을 설정하는 기능이 있으면 안된다.

2) 각 영역별 특성 고려

카카오톡 친구탭 화면은 친구들과 '나'의 프로필이 공존함으로, 카카오톡 친구탭 화면에서 멀티프로필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리고 위에서 나누었던 3개의 영역 '상하단 GNB 영역, 내 프로필 영역, 친구(+채널) 영역' 에서 기존의 상단 GNB는 멀티프로필 설정 기능과 성격이 다르고, 내 프로필 영역은 현재 상태 메세지와 멜론 뮤직 프로필 등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이 영역을 건드리게 되면 멀티 프로필 설정 기능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3) 새로 제안하는 멀티프로필 UX 역기획 화면

따라서, 아래와 같이 멀티 프로필 UX/UI를 새로 제안하고자 한다. 사실 기존에 멀티프로필 UX가 잘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나는 기존 프로필을 중복해서 내 멀티프로필에 두고자 한다. (아래 화면에서 좌측 화면이 기본 디폴트 화면 참고)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던 6번 고려사항에 따라, 멀티프로필이 현재 3개까지 추가로 등록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친구들에게 총 4개의 다른 프로필을 노출 할 수 있게 된다.

Figma를 사용해 만든 멀티 프로필 역기획 화면

내가 새로 기획한 멀티프로필의 핵심 기능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① '내 멀티프로필'의 접기 기능 제거, 회색으로 BG 처리 후 고정 영역으로 변경
② '프로필 1' = '기존 내 프로필'로 설정, 멀티 프로필을 신규로 추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필 1은 내 프로필과 동일 (내 멀티프로필의 프로필 1에서 내 프로필과 중복해서 노출)
③ 멀티 프로필 추가 시 내 멀티 프로필 이름 아래에 각각 '프로필 1, 프로필 2' 등의 멀티 프로필이 식별가능 하도록 하는 에셋 추가

 

4. 멀티 프로필 프로덕트 릴리즈 이후 멀티 프로필 기능의 문제점 발견, 제품 Backlog 작성

단톡방에서 멀티프로필을 바꾸는 경우, 바꾸더라도 단톡방에서 내 기존 프로필이 계속 유지됨

단톡방 내에서 '멀티 프로필'을 교체 할 때 지금의 프로세스

 

위 프로세스를 거친 후 다시 [프로필 1] 버튼을 누르면 우측과 같이 위에서 설정한 ‘멀티 프로필(1)’ 이 보여진다.

앞에서는 멀티프로필 역기획을 해보았고, 내가 멀티프로필을 앞에서 처럼 역기획 한 이유는 내가 기존 카카오톡에서 발견한 위 멀티프로필의 문제점 때문이다. 이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한 이유는, [프로필 1] 버튼을 눌러 멀티프로필을 교체했는데, 교체 후에도 기존 프로필이 유지된다. 따라서 상대방에 맞게 잘 교체되었는지 채팅방 내에서 확인하기 위해 [프로필 1]을 다시 클릭해서 보거나, ‘친구탭 > 친구 관리’ 페이지에서 보거나, 상대방의 프로필 우측 상단 멀티프로필 교체 버튼을 통해서 친구가 보는 내프로필이 어떤 프로필인지 확인 할 수 있다.

사실 문제점이 아니고 카카오톡 측에서 일부러 다음 릴리즈를 위해 임의로 기존 처럼 기획했거나, 또는 기존의 방식이 사용자 멘탈 모델에 더 적절한 경우 내가 발견한 문제점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카카오톡 사용자로서 불편한 이 문제점을 발견했고 내가 카카오톡 기획자라면 다음 버전 업테이트에 해당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서 백로그*도 작성해 보았다.

 

Backlog
1) 사용자는 채팅방에서 멀티프로필 교체 후 채팅방 대화상대에서 내가 설정한 멀티프로필이 보여지길 원한다.
2) 대화 상대는 주체인 기존의 ‘나’가 맞지만 채팅방에서는 ‘멀티프로필이 변경된 나’의 프로필이 보여지는 것이 멀티프로필 기능을 도입한 취지에 더 적합하다.
3) 멀티 프로필 변경 시 기존에 [프로필 1] 이 아니라 프로필 2로 변경했다면 변경 후에는 [프로필 2]로 수정해서 멀티프로필을 변경한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 백로그란? 
- 백로그의 사전적 정의 : Backlog란 'Back + Log'의 합성어로, 불을 피울 때 오래 태우기 위해 안쪽에 쌓아 두는 큰 장작을 의미한다.
- 스프린트에서 백로그의 의미 :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쌓여있는 일'을 의미한다.
- 백로그 작성법 : 하나의 백로그는 이해관계자(고객, VC, 팀원 등)의 요구사항을 유저 스토리로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다.
- 백로그 관리 방법 : 우선순위에 따라 백로그를 정리하며, 일정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오래 남아있는 요구사항들은 버리며 관리한다.
- 백로그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 : 제품, 매출, 고객 가치 등이 기준이 될 수 있고 검증할 수 없거나 어렵기 때문에 리즈너블한 인사이트를 통해 PM이 백로그를 관리해아한다. 이 과정에서 PM의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 백로그에서 에픽의 의미 : 'Epic'이란 유저 스토리보다 큰 범주, 주제를 의미
- 백로그에서 유저스토리의 의미 : 한 줄로 고객의 문제점을 설명한 것을 의미 (fact, need, want)
 
* 21.07.25 추가
멀티프로필을 분석하다가 [프로필 1] 버튼의 정확한 기능을 알게되었다. 그 기능은 바로 [프로필 n] 이라는 의미로, 단톡방 안에서 내 멀티프로필 적용 개수를 의미한다. 즉 단톡방 내에서 내가 n개의 멀티 프로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왠지 1:1 채팅방에서는 [프로필 1] 이라는 버튼이 따로 없길래 왜 단톡방에서만 다른 UI를 가지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 실마리가 이제 풀렸다. 나는 지금까지 [프로필 1]의 의미가 기본 프로필 1이 적용된 상태 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할많하않...)
 

 

이 글에 이어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의 문제점을 다른글(클릭) 에서 다루고 해결해보고자 한다.

 

참고 : https://www.yna.co.kr/view/AKR20201118164100017

카톡 프로필 상대에 따라 다르게…사생활 노출 막는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