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역기획을 통한 CVC 프레임워크 작성하기

2021. 6. 13. 23:16PM

개발 전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가설을 검증하라

 

  • 들어가며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며 내가 알고 있던 MVP(Minimal Viable Product)란 최소한의 기능만을 구현하고 빠르게 개발하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개념을 의미했다. (MVP는 최소한 노력과 개발로 완성할 수 있는 프로덕트)
기획에서 MVP란 Minimal Viable Product의 약자로 위에서 말한 것과 동일한 개념이며 최소 기능 제품을 의미한다. 처음부터 프로덕트를 A to Z로 만드는 게 아닌, 가장 핵심적인 기능만 고려하여 동작하도록 설계하고 이후 프로덕트의 비전을 향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한다는 개념이다.
 
CVC란 Customer Value Chain의 약자로 고객이 무엇을 얻고 잃는지 알아내서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CVC는 '고객가치 창출, 고객 대가 지불, 고객가치 잠식' 이 3가지를 고려하여 고객가치를 높이는 시점에 고객이 구매를 하도록, 유저 저니맵의 각 단계에서 모두 과금 모델을 붙여보고 가장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시점에 제품을 판매한다.
 
당근마켓 역기획을 해보며 위 두 가지 개념(MVP, CVC)을 이해하고, 유저 저니맵을 세워 CVC를 응용해보았다.

당근마켓 역기획
20XX년, 카카오 재직 당시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간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김용현 대표. 처음엔 직장인 앱인 '블라인드’처럼 판교 테크노밸리 회사원들만 쓰던 서비스였는데, 판교 주민들로부터 ‘우리도 쓰게 해달라’는 문의가 많아 앞으로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다. 일단 직원 이메일 인증을 없애고 휴대폰 GPS를 통한 동네 인증 시스템을 도입한 후 점차 각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시작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하다.

 
1. 제품을 사용할 주요 고객층 설정 (대표 페르소나)
1) 대표 페르소나 '백현'양 (40대 초반 여성, 전업 주부, 백현동 거주)
강아지 1마리(비숑)를 반려견으로 기르고 있음, 강아지 때문에 고정 지출(사료, 배변패드 등)이 발생하고 강아지 용품들은 대량으로 묶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현명한 소비자로서 새로 구매하기에 값비싼 물건(강아지 계단, 울타리 등)들은 지인을 통해 얻거나, 중고나라를 통해 주로 택배 거래해왔으나 벽돌이 배달되는 등 사기 사례가 많아 맘카페나 다른 사이트로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을 바꿨으나 여전히 택배 거래는 사기가 많아 부담됨.
2) 대표 페르소나 '이매'군 (20대 초반 남성, 대학생, 이매동 거주)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쓰는 대학생으로 최근 월셋방을 구해서 1년 계약 후 자취를 시작함. 하지만 집에 책상, 의자 등 기본적인 물품이 없어서 가구 구비가 필요함. 하지만 1년 뒤에 다른 곳으로 이사 예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가구를 사기엔 부담되고 부피가 커서 이사할 때 짐이 될 것을 우려해 중고 거래를 하고 싶어 함.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여러 플랫폼에서 현재 거주지 근처에 있는 중고 물품들을 낱낱이 확인했으나 동네 근처에는 매물이 없음. 차도 없고 면허도 없어서 차를 이용하기도 힘들어 직접 옮겨야 하는 상황. '이웃에서 안 쓰는 책상이나 의자가 있다면 구매하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함.
 
2. 중고거래를 하는 고객의 유저 저니맵 구성 
▶ 대표 페르소나 '이매'군의 시작단계(구매 결심)부터 최종 단계(물건 수령)까지의 유저 저니맵

persona '이매'군의 유저 저니맵

 
3. 각 단계에서 고객 가치가 어떻게 적용될까?
▶ 고객 가치의 종류
1) 고객 가치 창출 -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제품, 서비스, 감정 개선 등)
2) 고객 비용 지불 -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기 위해 추가하는 활동(가격, 광고 보기 등)
3) 고객 가치 잠식 - 가치를 창출하지도,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지도 않는 활동(대기 시간, 이동 거리 등)

단계가치 창출(+)비용 지불(-)가치 잠식(-)
1. 구매 결심   
2. 중고 거래 플랫폼 A 접속 후 물건(의자) 검색  중고 거래 플랫폼 A에서 맞는 조건의 물건을 못찾음 (약 60분 소모)
3. 중고 거래 플랫폼 B 접속 후 물건(의자) 검색  중고 거래 플랫폼 B에서 딱 맞는 조건의 물건 발견
(약 30분 소모)
4. 원하는 조건의 제품 발견   
5. 판매자와 연락 시도 후 기다림  판매자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아 기다리는 상태 지속 (약 120분 소모)
6. 판매자로 부터 답장을 받은 후 거래 시간 및 장소 결정  거래 시간 및 장소 결정은 문자로 상의 (약 10분 소모)
7. 거래금 지불 후 판매자와 만남 (또는 현장에서 현금 지불) 물건 거래금 지불 
8. 물건 확인  물건의 상태를 확인 (5분 소모)
9. 물건 수령물건을 얻음  

 
4. 각 단계의 획득 가치(+), 지불 비용(-), 잠식 가치(-)를 합산하였을 때 가장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당근마켓이 아직 출시 되기 전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 어떤 중고 거래 플랫폼을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 (product)
  • 원하는 중고 물건을 발견하기까지 많은 검색 시간 소비 (search)
  • 판매자와 연락이 닿기까지의 노력 (connect)
  • 직거래 시 만나는 장소까지의 이동시간 소비 (distance)
  • 물건 가격을 지불하는 방법 고민 (pay)

당근 마켓은 판매자와 연결을 채팅을 통해 쉽게 제공하고, 지역기반의 직거래를 활성화해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중고 거래 서비스를 설계했다. 또한 사용자 프로필에 매너 온도, 지역 인증, 재거래 희망률, 활동내역(응답률, 최근 활동 동향) 등을 보여주어 판매자와 연락 시도 후 기다리는 시간에 이유를 제공하고 판매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5. 중고 거래 시장의 플랫폼화
당근마켓 역기획을 하면서 사용자에게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쇼핑몰을 한 군데 모아놓은 '지그재그', '브랜디' 등의 플랫폼을 생각했고 중고 거래 서비스로부터 상품도 상품, 가격정보, 판매자 등을 긁어와서 하나의 멀티채널 플랫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근마켓에 있는 매물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트에서 원하는 조건의 물건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각 서비스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고 사업적인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중고 거래와 새 상품 거래를 동시에 진행하는 커머스인 쿠팡이나, 최저가 검색을 했을 때 가장 저렴한 중고 물품을 대안으로 제안해 준다면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 글을 마치며

당근마켓이 카카오 내부에서 시작된 서비스라는 것은 카카오 인턴으로 근무하고 한참 뒤 였다. 사내에는 중고 거래 아지트가 있는데, 그것이 당근마켓의 시초였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타 플랫폼과 달리 당근 마켓은 타겟군인 30~40대 여성 고객들의 니즈를 잘 파악했다. '끌올'기능 뿐만아니라 채팅기능을 통해 판매자의 연결을 쉽게 제공해주고 있다. 당근마켓의 지역 기반 광고 BM도 네러티브하고, UI도 네이티브 광고로 너무 자연스럽다. 당근마켓 서비스가 지역기반 문화 발전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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